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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정유정 작가의 대표작품, 장편소설 '28'

by 단호한 단호박 2023.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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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8'의 줄거리 

어느 날, 빨간 눈의 괴질이란 이름 모를 전염병이 발생한다.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원인도 알 수 없으며, 감염되면 며칠 내로 사망하는 무시무시한 전염병이다. 이 전염병은 사람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전염된다. '개 번식업자 또는 개장수'의 집에서 '개장수'와 그가 키우던(가두어 두던) 개에게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아주 빠르게 한 지역에 번지게 된다. 정부는 전염병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자 해당 지역을 폐쇄하고 지역 주민들을 지역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하며 탈출을 시도하는 주민을 무력으로 진압하기까지 한다. 

근 몇 년, 우리를 고통스럽게 했던 코로나가 자연스럽게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훨씬 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이와 비슷한 전염병이 유행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는 점,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점 등이 매우 유사하며, 실제 해외에선 봉쇄령까지 내려졌었으니 소설과 매우 흡사한 상황이 펼쳐졌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예전에 읽었던 <28>이 여러 번 생각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2. 이 작품의 문학적 특징 

이 책에 주인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여러 명 등장한다. 극을 이끌어 나가는 시점이 계속해서 바뀌는데, 지루하지 않고, 정신 사납지 않고 극의 전개가 빠르게 흘러 극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주요 인물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재형 - '화양'이라는 지역의 어느 외진 곳에 동물보호소, 동물병원을 운영한다. 과거에 '아이디타로드'라는 개썰매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으며, 늑대의 습격으로 개썰매팀 '쉬차'를 모두 잃는다. 여러 주인공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로 보인다. 

기준 - 화양 지역의 소방관으로 전염병에 걸린 '개장수'와 그의 개들을 처음 발견한 인물이다. 부인이 있고 아이가 있는 아버지이다. 

링고 - '개장수'의 집에서 탈출한 개로 투견장에서 투견으로 지내다 개장수의 집으로 가게 되고, 번식견으로 갇혀 있다가 탈출한 야성미 넘치는 수컷 개다. 

윤주 - 재형의 과거에 대해 처음 보도한 '사회부 기자'이다. 동물보호소를 운영하며 네티즌들의 호감을 받고 있던 재형에 대해 '아이디타로드'와 관련된 재형의 제보를 받고 기사를 냈다. 

이 외에도 여러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3. 정유정 작가의 대표작 '악의 3부작'

재형은 과거에 알래스카~베링해 연안 마을까지 약 1,600km를 개썰매로 질주하는 아이디타로드에 참가했었다. 아이디타로드는 썰매개들의 희생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 대회로, 여러 단체들이 개최를 반대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런 대회에 개썰매팀 '쉬차'와 함께 참가했는데, 당시 처음으로 출전한 한국인으로 알려졌었다. 그런데 대회 도중 늑대의 습격을 받게 되는데, 본인이 이끌던 '쉬차'를 재물로 바치고 가까스로 살아나게 된다. 개썰매팀을 몰살시킨 이유로 주최 측에서 출전정지 처분을 받고 1년 뒤 한국으로 귀국하였다. 재형을 여러 마리 개를 죽게 만든 이기적인 인물로 볼 수도 있으나, 사실 비슷한 상황이라면 나도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싶다. 재형은 이 일에 대한 죄책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다. 

가장 가슴이 아팠던 이야기 중 하나는 '링고'의 이야기이다. 인수고통감염병이다 보니, 개들도 전염병으로 부터 안전할 수 없는데 인간은 통제가 되지 않는 떠돌이 개들을 모두 잡아 산채로 매장하려고 한다. 산속에서 동족들의 소리를 들은 링고는 동족들을 묻고 인간들이 빠져나간 공터를 홀로 파헤치는데, 개의 입장에서 서술된 이야기가 가슴에 매우 와닿았다. 이 이야기를 읽은 후 돼지 또는 닭을 전염병을 이유로 매장한다는 뉴스를 보면 기분이 이상하다. 인간으로서 전염병을 막기 위한 선택인 것은 알겠으나 계속해서 홀로 흙을 파헤치는 링고가 떠오른다. 

정유정 작가의 여러 작품을 읽었으나 나만의 1순위는 <28>이라고 할 수 있다. 500쪽 가까이 되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끝나가는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의 작품이었다. 그다지 희망적이지도 않고, 가슴 아픈 이야기도 계속되지만 멈출 수 없이 끝까지 붙잡게 되는 책이다. <7년의 밤>, <종의 기원>도 정유정 작가님의 대표작이지만 <28>이 그중 최고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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