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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신경숙 작가의 소설, 풍금이 있던 자리

by 단호한 단호박 2023.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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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풍금이 있던 자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쓰여 졌다. 이 소설에서 가 좋아하는 남자에게는 부인과 아이가 있다. 이 남자는 어느 날 모든 것을 버리고 외국으로 떠나자는 제안을 한다. ‘는 대답을 보류한 채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인사를 하려 고향으로 돌아온다. 2년 만에 고향을 찾은 는 익숙한 곳에서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 기억으로 인해 남자와 이별을 결심한 는 남자에게 전해질 수 없는 편지를 쓴다. 어린 시절 열흘 간 어머니를 대신했던 그 여자를 는 닮고 싶어 했다. 그 여자는 뽀얗고 향내가 나며 화사했다. 그리고 오빠들에게 가려져 있던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 여자는 의 어머니 자리를 빼앗았던 사람이고 는 죄책감을 느끼며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아내에게 자신이 그 여자와 같은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는 그 여자 외에도 점촌 할머니와 에어로빅을 배우는 중년 부인을 통해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져선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점촌 할머니와 중년 부인은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을 곁에서 지켜본 는 자신이 점촌 할머니와 중년 부인이 입은 것과 같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남자와 끝내려는 결심을 한다. ‘는 고향에 오기 전부터 그 여자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애써 묻으려 했고 고향에 돌아와 그 여자를 떠올리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풍금이 있던 자리를 읽다보면 이루어져선 안 될 사랑을 하는 여자의 애틋한 마음이 잘 느껴진다. 남자를 사랑하지만 곁으로 갈 수 없는 여자의 마음을 편지의 말투로 알 수 있다. 말줄임표를 자주 사용하고 말을 반복하면서 의 먹먹한 심정이나 슬픔, 혼란스러움을 잘 느낄 수 있게 한다.

 

2. 풍금이 있던 자리라는 제목의 의미

이 소설에서 불륜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불륜이라는 단어나 비난 하는듯한 내용은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더 애틋한 마음과 아련한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불륜을 비난하기 보다는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은 여러 사람들을 표현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 뉴스에서 불륜을 접하면 항상 비난하고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풍금이 있던 자리를 읽고 난 후에는 비난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랑으로 인해 상처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생겨도 사랑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목이 풍금이 있던 자리이지만 소설 속에 풍금과 관련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여기서 풍금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하나의 매개체와 같은 것이다.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아련하게 떠오르는 풍금 소리와 마찬가지로 가 유년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다. 또 풍금은 그 여자로 볼 수도 있다. 풍금이 있던 자리는 자국이 남기 마련이다. 비록 열흘이었지만 그 여자는 의 기억 속에 풍금이 있던 자리처럼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 고향에 내려와 보살폈던 우사의 눈먼 송아지는 의 처지를 잘 알려준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길. 사랑하는 사람에게 갈 수 없음을 깨닫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주인공이 바로 눈 먼 송아지가 아닐까 한다. 길지 않은 소설이었지만 읽고 나니 여운이 길게 남았다. 남자를 사랑하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사랑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여자의 모습이 잊혀 지지 않았다.

 

3. 신경숙의 소설들

표절과 관련된 논란이 있던 신경숙 작가의 오래된 작품이다. 집에 있던 책이라 우연히 다시 읽게 된 풍금이 있던 자리이다. 최근 신경숙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발표되고 베스트셀러 1위까지는 아니여도 꽤 높은 순위에 있는 것을 본적이 있다. 표절 논란 이전까지는 신경숙 작가의 책을 재미있게 읽은 터였지만, 표절 이후에는 새 책을 구매해야겠다 혹은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전에 읽은 신경숙 작가의 책을 너무도 좋아했었기에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특히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책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신경숙 작가의 서정적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 분위기가 좋아서 몇 번이고 읽었었는데, 앞으로는 마냥 좋게만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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