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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소설,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by 단호한 단호박 2023.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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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줄거리 

이 흥미진진한 추리물의 주인공은 '오다 교코' 이다. 20대의 젊은 여성이며 컴패니언으로 일하고 있다. 능력이 있는 남자를 만나 상위 계층의 삶을 살고 싶어하는 평범한 여성으로 컴패니언으로 일을 하던 중 동료가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동료 에리의 살인사건에 의문을 품고, 같은 건물에 사는 담당 형사와 사건에 대해 공유하고 파헤쳐 나가는 이야기이다. 살해된 동료는 교코와 비슷한 나이의 여성으로, 본인이 피해자의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는 컴패니언 회사의 사장 '마루모토'가 유력한 살해 용의자로 떠오르는데, 사건에 대해 조사할 수록 '하나야' 보석 회사, '다카미 부동산' 회사 등과 관련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사건은 오리무중인 가운데, 주인공 오다 교코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다카미 부동산의 전무 다카미 슌스케와 여러번의 데이트를 하며 관계가 발전되는 듯 하는데 이상하게도 슌스케는 교코보다 살해된 에리에게 더 관심을 갖는 듯 보인다. 이렇게  에리의 사건을 조사하던 중 만나게 된 에리의 전 직장 동료 유카리가 등장하는데, 유카리가 중요한 단서를 찾은 듯 할 때 유카리 마저 살해된 채 발견된다. 사건은 더욱 미궁에 빠지고, 교코 역시 사건에 관심을 갖는 슌스케가 의심스러워 진다. 

 

2. 1980년대~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복고 추리물 

책을 읽다보면 스마트폰이 아닌 유선 전화기, MP3도 아닌 카세트 테이프, LP 등 추억의 물건들이 대거 등장한다. 컴패니언이라는 직업도 낯설게 느껴지긴 했지만, 일본의 문화인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추억의 물건들이 등장하면서부터 과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 것을 깨달았다. 컴패니언은 기업의 행사를 도와주는 도우미 정도의 역할인 것 같다. 행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보조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직업 정도. 주로 호텔에서 호화로운 행사를 돕는 직업인 만큼 신데렐라를 꿈꾸는 오다 교코에게 딱 맞는 직업인 것 같다. 실제로 일본에서 80년대~90년대에 유행했던 직업이라고 한다. 나는 90년대생으로 어렸을 때 유선 전화기를 사용해 본 적도 있고, 카세트 테이프나 비디오 테이프 등을 실제로 보고 사용하기도 했었는데, 더 어린 독자들이라면 낯선 물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카세트 테이프가 아주 중요한 단서로 등장하는데, 테이프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는 독자들이라면 조금은 어리둥절하지 않을까 싶다. 

 

3.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 

이전까지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대체로 재미있었고,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이 작품은 약간은 기대에 못미쳤는데 다 읽고 나서 검색해보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이라고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높아서 조금 실망스럽긴 했지만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고, 술술 읽힌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최근 작품에 비해 사건이 허술한 느낌이 있고, 주인공이 하는 역할이 크지 않으며, 밀실 트릭이나 사건에 숨겨진 이야기들에 드라마틱한 요소는 없는 것 같다. 추리 소설인 만큼 사건이 밝혀질 수록 흥미진진했으면 좋았겠지만 결말까지 잔잔한 느낌이 들었다. 최근에 읽었던 B.A. 패리스의 테라피스트는 결말에 범인이 밝혀질 때 드라마틱한 느낌이 있고, 범인의 정체가 놀랍게 느껴졌는데, 이 작품에선 예상치 못한 범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놀라운 느낌은 없었던 것 같다.

또, 복고의 느낌이 있는 이야기 자체는 좋았으나 요즘 시대와 너무 맞지 않는다고 느낀 것은 담당 형사의 입이 매우 가볍다는 것이다.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웃 주민이자 피해자의 직장 동료인 교코에게 사건 관련 이야기를 너무 쉽게 터놓고 상의한다. 경찰의 입이 이렇게 가벼워도 되는가 싶은 의문스러운 장면이 종종 있었다. 

일본 소설을 읽다보면 드는 공통적인 생각은 '이름이 너무 헷갈린다'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이름이 비슷하게 느껴지고, 이 이름이 누구였는지 계속 찾아가며 읽다보니 흐름을 계속 깨는 것 같다. '다카미' 부동산 회사는 심지어 가족회사로 다카미 슌스케, 다카미 유타로 등 비슷한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다음에 일본 소설을 읽게 되면 인물 관계도를 적어가며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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