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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순수함을 담은 에세이, 어린이라는 세계

by 단호한 단호박 2023.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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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마저 귀여운 '어린이라는 세계'

 

1.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야기들

저자는 독서교실을 운영하는 선생님이다.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하던 경험을 살려 독서교실을 열고, 여러 아이들을 만나면서 있었던 일들을 재미있게 풀어낸 이야기이다. 읽다보면 웃음이 나고 덩달아 순수한 마음을 되찾게 하는 이야기들이 계속된다. 마냥 순수하고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데, 아이들은 생각보다 성숙하고 스스로 해내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풋살화(축구화가 아니다)를 새로 신고 온 현성이는 서툴지만 스스로 신발끈을 묶고 싶어 한다. 독서교실을 마치고 스스로 묶지 못할 까봐 걱정이 되긴 하지만 선생님이 묶어 주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선생님은 그런 현성이의 마음을 헤아려, 우선 현성이가 묶어 보고 만약 안 되면 그 때 선생님이 도와주는 것으로 타협을 시도한다. 어른인 나는 생각도 못했던 신발끈 하나에 아이들은 하루 종일 고민이 되나보다. 현성이가 매우 귀엽고, 나중에 아무렇지 않게 신발끈을 묶게 될 날이 오겠지라고도 생각한다. 또 매번 재밌는 책을 소개해주어 고맙다며 책을 선물하는 아이도 있다. 그 책이 독서교실에 있다해도, 이 책엔 자신의 마음이 담겨있다며 내미는 책을 받고 어떻게 기분이 안좋을 수가 있을까. 이렇게 깊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저자는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주기 위해 아이의 옷시중을 들어준다고 한다. 옷을 벗을 때 자연스럽게 도와주고, 아이들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입는 것을 도와주고. 이렇게 겉옷 시중을 드는 이유는 아이가 언젠가 좋은 곳에 가서 이런 대접을 자연스럽게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라고 한다. 아이를 사랑하고, 위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9살, 10살인 아이들이 '옛날에요', '어렸을적에요' 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귀엽다. 그저 귀엽게만 봤었는데, 작가님은 어린이의 3년, 4년은 마흔 살의 3년, 4년과는 다를 것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인 것 같다. 나이를 먹을 수록 시간은 빠르게 흐르기 때문이다. 지금 내 나이에서 1년 전은 정말 얼마 안 된 시간인데, 어린 아이들의 1년은 매우 길게 느껴질 테니 그 아이들의 '옛날'은 아주 오래 전 처럼 느껴질 것이다. 

또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아이들의 말버릇인데,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존댓말이 너무나 귀엽게 느껴졌다. "선생님, 저 오늘 생일이다요?" 같은 말들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옛 생각이 나서 너무 즐거웠다. ~했다요 같은 말을 분명 들어본 적이 있다. 같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녔던 친구가 썼던 말이기도 하고, 잠시 키즈카페 알바를 하면서 아이들이 쓰는 만들을 직접 듣기도 했다. "생일이에요" 라는 말로는 무언가 부족하고, "나 오늘 생일이다?"는 반말이니, 그 중간 지점에서 나오는 아이들의 말버릇이 사랑스럽고, 웃음이 절로 나온다.

 

2. 나의 어린 시절과 비교한다면

책에는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나온다. 초등학생 때의 이야기인데, 담임선생님의 "선생님은 여러분 마음 속에 있어서 다 알아요"라는 말을 듣고 진짜 마음 속에 선생님이 들어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이다. 음식을 먹을 때 선생님에게 흘러들어갈까 걱정하고, 넘어지거나 어딘가에 부딪치면 선생님이 다칠까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이 재미있었다. 나도 어렸을 때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속으로 나쁜 생각을 하면 이 생각이 누군가에게 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후다닥 머리속을 비우고 일부러 다른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지금도 비슷한 것 같다. 누군가를 앞에 두고 안 좋은 생각이 들 때, 혹시나 내 마음이 들킬까 걱정하는 일이 종종 있다. 어렸을 때와 다른 점은 내 마음이 상대에게 들릴까봐가 아니라 들킬까봐 인 점이다. 안 좋은 마음이 얼굴에 드러날까, 행동에서 티가 날까 걱정하는데, 나이를 먹긴 먹었나보다. 

저자는 초등학생 때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던 서러움과 억울함, 그리고 애정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한다. 나도 초등학생 때 선생님이 생각이 나는데, 체벌이 허용되던 시절이라 구구단을 못 외우면 못외운 수만큼 단소로 손바닥을 때리던 선생님도 있었고, 치마를 입고 오면 예쁘다며 칭찬해준 선생님도 있었고, 학부모의 지위나 영향력에 따라 아이들을 차별하던 선생님도 있었다.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초등학생 때의 선생님들은 꽤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든 선생님들을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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