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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장강명 작가의 추리소설, 재수사 1, 2

by 단호한 단호박 2023.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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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2년 전 살인사건을 재수사하는 장편 소설 

2000년 어느 날 신촌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한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당시 엘리베이터 CCTV에 실루엣이 찍힌 남성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지만 결국 그를 찾을 수 없었고, 뚜렷한 증거조차 발견되지 않아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22년이 지난 어느 날, 당시 그 사건을 조사하던 팀의 막내였던 형사가 강력팀의 팀장이 되어 그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한다. 피해자의 몸에 남아있던 DNA 기록, CCTV에 찍힌 용의자 사진 등 남은 증거를 바탕으로 새롭게 수사를 진행해 나가는데, 당시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던 피해자가 속해있던 도스토옙스키 독서 모임을 알게 되고, 모임원을 조사해나가며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간다. 

이 작품은 총 10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분량이 꽤 길다고는 생각했지만 100개나 되는 줄은 몰랐다. 홀수 챕터는 범인의 독백으로, 짝수 챕터는 사건의 수사 과정을 담고 있는데, 교차 구성이 매우 흥미로웠다. 범인은 본인만의 세계관이 확고한 타입인데, 사실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살인사건을 저질렀지만 피해자는 마땅히 죽었어야 한다는 범인의 생각이 소름돋기도 하고, 대체 이 범인이 누구일까, 언제 밝혀질까 흥미를 유발하기도 했다. 범인의 독백이나 피해자 민소림이 속해있던 독서모임의 에피소드에서도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이나 철학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내용을 완벽히 못해서 아쉬웠다. 

 

2. '양심'과 '체포의 두려움' 그 사이 

범인의 독백 중 이런 말이 나온다. '양심'과 '체포의 두려움', 만약 체포의 두려움이 없다면 나는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정확한 단어는 기억이 안 나지만 이런 의미의 장면이 있었다. 이 장면이 꽤 흥미로웠는데, 내가 만약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고, 체포가 될 가능성이 없다면, 나는 죄책감 없이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 수 있을까? 그런데 "아니다.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심각한 범죄를 저질러보지 않아서일지는 모르겠으나 조금은 혼란스러웠다. 스스로에게도 나는 양심적인 사람인지, 질문을 하게 되는 장면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에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비롯한 다른 러시아 문학 작품과 범인이 주장하는 계몽주의, 신계몽주의 등 많은 철학적 사상이 등장한다. 나는 그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해 이해하며 읽는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만약 그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껴졌을 것 같다. 배경지식을 몰라도 매우 흥미로운 소설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이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만약 나중에 이 작품에 등장하는 러시아 문학들을 읽는다면, 그 이후 다시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 

 

3. 장강명 작가가 6년만에 낸 신작 

장강명 작가님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실 책보다는 알쓸범잡에 나온 작가님으로 기억하고 있었고, 기자 출신의 작가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와 같은 조금은 자극적인 소설의 제목만 알고 있었을 뿐 읽어 본 적은 없었는데, 우연히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은 이 작품 <재수사>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어 다른 작품도 꼭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TV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모습만 봐도 굉장히 많은 지식을 가지고 계신게 느껴졌는데, 이 작품도 작가님의 지식을 독자인 내가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에 우연히도 추리소설, 미스터리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그 중 가장 현실적이고 고증이 잘 된 것 같다. 빈약한 증거에도 척척 범인을 잡아내는 경찰이나 형사는 없지만 차근차근 혹은 생고생 해가며 범인에 대한 증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의 모습이 꽤 사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늘 그랬듯, 나는 끝내 범인을 맞추지 못했다. 약 400쪽 짜리 책 두권으로 이루어져 분량이 긴 편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느 인터뷰에서 작가님이 재수사와 같은 작품을 '또 쓸 수 있겠다. 더 잘 쓸 수 있겠다.'라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이 생겼단 내용을 보았는데, 이와 같은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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