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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제주도의 역사적 사건을 담은 '작별하지 않는다'

by 단호한 단호박 2023.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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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 작별하지 않는다

 

1.  주인공인 경하와 인선에 대해  

주인공인 경하, 그리고 그녀의 친구 인선으로 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경하, 인선 모두 안락한 삶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고, 각자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선이 병원에 있다는 소식에 경하는 병원을 찾게 되는데, 인선이 제주도 외딴집에 남겨두고 온 앵무새들을 걱정하며 경하에게 자신의 집에 가서 새들을 돌봐줄 것을 부탁하게 된다. 인선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폭설이 내리는 날, 눈과 거친 바람을 뚫고 제주도 인선의 집을 찾아가게 되면서 내용이 무르익게 된다. 눈 속을 헤치고 인선의 집을 찾는 경하, 그리고 홀로 도착한 외딴집에서의 상황은 조금 섬뜩하기까지 하다. 새하얀 눈과 새하얀 나무, 불도 없는 캄캄한 밤, 그림자와 바람소리.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 한강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사건들이 시작된다. 

온라인 서점의 미리보기로 읽었던 내용이 매우 흥미로워 구매하여 읽게 되었다. 주인공의 꿈속인지, 현실인지 모를 내용이었는데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에 무덤들이 있었고, 무덤들이 파도에 휩쓸리게 될까 걱정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내용이 마치 영화의 예고편처럼 눈 앞에 그려지는 듯했고, 몽환적인 느낌까지 들어 궁금함에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몽환적이라기보단 매우 가슴 아픈 이야기였고, 읽는 중간엔 시작한 것을 조금 후회하기도 했다. 

 

2. 소설에 나타난 제주 4.3 사건 

1947년 3월, 제주도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 그리고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다수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일본의 식민지배 당시 제주도는 일본군의 요새로 여겨졌고, 해방 이후에도 친일파들을 제거하지 않고 경찰 등에 다수가 등용된 상태였다고 한다. 친일파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제주도에서 제주 시민의 민심은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1947년 3월, 3.1절 기념대회 이후 군정경찰이 소란스러운 군중을 향해 총탄을 쏘았는데, 이 사건으로 시민 6명이 희생되었다. 이 사건이 기폭제가 되어 제주도가 들끓기 시작한 것이다. 

제주 시민들은 이 사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협동 총파업이 들어가게 된다. 제주도청부터 법원, 경찰 등의 관공서와 학교, 금융기관 등도 참여하여 민, 관 직자인의 95%가 참여하는 대 파업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제주 총파업에 미군은 제주도 사람들은 좌익으로 판단하고 경찰을 급파하여 검거하기 시작한다. 제주도가 붉은 섬으로 지목되면서 극우청년단체인 '서북청년회' 단원들이 들어오게 되고 각종 정치, 선거 등이 얽혀 무고한 제주 시민 다수가 희생당하게 되었다. 

4.3 사건에 대해 대략적인 내용만 알고 있었을 뿐,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있었고 또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을 계기로 하여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는데, 훨씬 더 많은 희생자가 있었고 가슴 아픈 사건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서도 광주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희미해져 가는 역사적 사건들을 당시 상기시키고 복기하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다. 희생당한 사람은 물론이고, 남은 가족은 그 아픔을 안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었는지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든 슬픔일 것이다. 이 책을 완벽히 이해했다고 할 수 없지만 역사적으로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을 한번 더 찾아보고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3.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해 

한강 작가의 글은 너무도 유명한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를 먼저 읽었었다. 두 작품 다 너무 잘 읽었고, 특히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서 많이 울었을 정도로 마음에 와닿기도 했다. 그런데 <작별하지 않는다>는 일기에 매우 버거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한 번에 다 읽기에는 내용이 매우 무겁고 어두워 힘들었고, 그렇다고 끊어서 읽자니 그 마음이 다 연결되지 않아 숙제처럼 느껴지도 했다. 내가 이해하기엔 조금 난해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많았고, 글 속의 주인공이 느꼈던 것처럼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는 것이 힘들고 명확하지 않아 몇 번이고 다시 읽은 부분도 많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찜찜한 마음으로 읽다 보니 더욱 숙제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꼭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건을 한강 작가의 멋진 글로 표현되었기에 한 번쯤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나는 지금 100% 이해하기가 힘드니 나중에, 내가 조금 더 성숙해졌을 때 다시 도전해 보는 것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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