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밤에 읽기 좋은, 저주토끼

정보라 소설집, 저주토끼

1. 저주토끼 줄거리 

정보라의 소설집 저주토끼는 호러와 SF, 판타지를 아우르는 단편 10편이 실려있다. 그 중 표제작인 저주토끼는 인간의 분노와 복수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공포스럽기도 하고 초현실적인 면을 느껴볼 수 있다. 

<저주토끼> 대대로 저주 용품을 만드는 가문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친구도 없이 마을에서 은근한 따돌림을 받던 할아버지에게 유일하게 친구가 되어주었던 인물이 있다. 이 친구는 정직하게 양조장을 경영하며 승승장구하는 듯 했는데, 경쟁 업체의 모함으로 사업이 망하게 되고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에 이르렀다. 친구의 죽음을 대신해 경쟁업체에 복수하기로 한 할아버지는 전등을 만들게 된다. 새하얀 토끼를 꼭 닮은 전등은 경쟁업체의 사장에게 배달되는데, 저주가 깃든 이 토끼는 밤마다 깨어나 창고에 있는 모든 물건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회사 사람들은 '쥐'라고 생각하고 대대적으로 쥐 잡기 운동을 벌이지만 쥐의 실체는 찾을 수 없고, 이 회사에 쥐가 돌아다닌다는 소문은 일파만파 퍼져나간다. 창고에 있던 토끼는 경쟁업체 사장의 손자에 의해 집까지 들어가게 되고, 그 집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차근차근 저주를 내리기 시작한다. 손자와 아들, 그리고 회장까지 차례차례 복수에 당하게 된다. 할아버지의 복수는 성공적으로 진행되는가 싶은데, 결국 모든 복수는 저주를 내린 자에게도 되돌아 온다. "남을 저주하면 무덤이 두 개"라는 일본 속담이 상징적으로 묘사된다. 

<머리> 어느 날 변기에서 머리와 같은 형상이 올라온다. 심지어 말도 하는데, 나를 "어머니"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그녀의 배설물과 머리카락 등으로 이루어진 머리이다. 처음엔 변기 물을 내려 그 머리를 없애 보지만 머리 역시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나타난다. 그 머리는 자신이 알아서 살아갈테니 지금처럼 변기를 사용해달라고 한다. 여자는 머리를 애써 무시하며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한참 지난 어느 날, 머리는 사람의 형상을 완성한 채로 변기 뚜껑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놀라는 그녀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는데, 바로 그녀의 옷을 벗어달라는 것이었다. 마지막 인사 겸, 작별의 의미로 그녀는 머리에게 옷을 벗어주고 화장실을 떠나려 하는데, 머리는 변기를 가리키며 그녀가 갈 곳은 바로 여기라고 이야기한다. 

 

2. 저주토끼 리뷰 

저주토끼는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성정작이라고 한다. 표제작인 저주토끼를 비롯해 공포스러운 10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혼자 있는 집에서 밤에 읽기엔 매우 무섭다. 나도 읽다가 여러 번 멈추었을 만큼 단순히 무섭다라기 보다는 기괴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첫 번째로 실려있는 저주토끼는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두 번째 순서인 <머리>는 실제로 상상하며 읽다가 다 못 읽을 뻔 했다. 소재 자체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변기'이다 보니, 실제로 화장실을 이용할 때 이 작품이 생각나기도 했다. 나의 배설물로 만들어지는 또 다른 나라니, 그리고 그 또다른 나가 나의 자리를 빼앗으려 하다니, 그리고 나를 변기 속으로 넣으려 하다니 굉장히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다음으로 실려 있는 차가운 손가락, 몸하다에서도 혼란스러운 감정이 계속되었다. 피임약을 오래도록 먹고, 그 부작용으로 임신이 되고, 또 임신이 된 이후에 아이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여러 남자를 만나는 이야기.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상식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 전개가 매우 혼란스러우면서도 흥미를 자극했다. 

 

3. 정보라 작가에 대해

정보라 작가는 대학에서 강의, 번역, 작가 등 여러 직업을 가지고 활동했다고 한다. 한 온라인 서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저주토끼는 주목받지 못하던 시기에 작가의 마음대로 써보자라고 마음 먹고 집필한 소설이라고 한다. 해석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었다고도 했는데, 이 말 그대로 소설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야 할 부분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또 저주토끼는 쓰레기 만두 파동 사건에 영감을 받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쓰레기 만두 사건은 나도 뉴스에서 보도되는 것을 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사건의 결과는 미처 몰랐던 것 같다. 지금껏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것들로 만두를 만들어서 일어난 사건이다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조사 결과 식품에 부적합한 내용물은 없었고, 관련 기업들과 가족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이제서야 사실을 바르게 알게 되어 죄송스런 마음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