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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은행 강도와 인질들의 이야기, 불안한 사람들

by 단호한 단호박 2023.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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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판 사람들 표지

1. 불안한 사람들 줄거리 

평화로운 어느 마을, 조용하던 연말에 권총을 든 은행 강도가 나타난다. 스키 마스크를 쓰고 나름 무장한 강도는 은행원에게 돈을 요구하는데 요구한다는 돈이 고작 6천5백 크로나이다. 한화로 계산하면 약 88만원 밖에 안 되는 돈으로 은행강도 답지 않은 소심한 금액을 부른 것이다. 더군다나 은행원이 이곳 은행은 현금이 없는 캐시리스 은행이라고 설명하는데, 어설픈 강도는 허둥지둥하게 된다. 곧이어 경찰이 오는 소리에 어설픈 강도는 은행 근처에 있는 아파트 오픈하우스에 들어가는데, 아파트를 구경하던 사람들은 졸지에 강도의 인질이 되어 버리고 만다. 

아파트 오픈하우스에 있던 사람은 총 여덟명으로 중개업자를 포함하여 신혼부부, 은행의 간부, 나이  많은 할머니 등 다양한 연령대만큼이나 성격도 독특한 사람들이 인질답지 않은 인질로 강도와 함께 하게 된다. 

초보 은행 강도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이 소설 속 은행 강도는 여자였고, 월세를 벌기 위해 은행 강도짓을 벌인 인물이다. 결혼을 했는데 남편이 바람이 났다고 한다. 설상가상 그 바람 상대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상사였고, 불륜 사실을 들킨 상사는 적반하장으로 자신에게 회사를 그만두라고 압박을 하게 된다. 그녀는 양육권이라도 지키려고 하는데, 변호사가 월세를 낼 돈이 없으면 양육권을 받을 수 없다고 하자 강도짓을 벌이게 된 것이다. 아파트를 구경하러 왔다가 졸지에 인질이 된 독특한 인물들은 이 강도의 사연을 듣고, 오히려 강도를 위로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벌어진다.

소설은 은행강도가 강도짓을 벌이다 아파트 오픈하우스에서 인질들과 옥신각신하는 이야기와 인질들이 경찰서에서 진술하는 목격자 진술서의 내용과 교차로 서술된다. 우선 등장인물들이 많고, 인물들의 대사가 많은 편이라 상황을 잘 상상하며읽어야 소설의 재미를 잘 느낄 수 있다. 

강도를 잡기 위해 등장하는 경찰관은 짐과 야크, 아버지와 아들 관계인 경찰들이다. 어쩐지 서먹서먹한 부자관계이다.

인질 중 가장 까다로워 보이는 '사라'는 은행의 고위 간부로 깐깐하고 말싸움에서 절대 지지 않는다. 로게르와 안나레나는 낡은 아파트를 사서 수리한 뒤 값을 높여 파는 일을 주로 한다. 로와 율리아는 신혼 부부이고, 율리아는 출산을 앞둔 임신부이다. 그리고 연극 배우인 레나르트, 아흔 살 노인인 에스텔, 자부심이 대단한 부동산 중개업자와 심리 상담사까지. 각 인물들의 스토리가 다채롭게 펼쳐지는 소설이다. 

 

2. 감상평 

우선 정신없이 이야기가 흘러간다. 스토리가 정신이 없다기 보다는 인물들의 개성이 너무 뚜렷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인물들은 말싸움에서 절대 지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이 확고하다. 우연히 같은 장소에서 은행 강도로 인해 인질이 되었지만 강도 앞에서 절대 주눅들지 않고, 할 말 다 하면서 먹고 싶은 피자까지 알차게 주문해서 먹는다. 각 인물들의 과거사와 스토리도 재미있기도, 조금은 안타깝게도 느껴지게 된다.  

책은 꽤 두꺼운 편이다. 500쪽 가까이 되는 분량으로 중간중간 지루해지기도 한다. 나에겐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이 대체로 그랬는데, 초반부는 재미있고 흥미롭다가 중반부에선 약간 지루해지기 시작하고, 그 고비를 넘기고 후반부로 갈 수록 점점 재미있고 결국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면 잘 읽었다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 책 역시도 그랬다. 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하다고 앞서 이야기했는데, 인물들의 유머가 한국식은 아닌 탓에 100% 유머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스토리만 보면 은행 강도는 당연히 경찰에 잡혀 죄값을 받아야 했으나 이 책은 사랑, 연민, 공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따뜻한 결말이 이어진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이야기답고, 결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3. 프레드릭 배크만 

이 작가의 책은 꽤 여러 권 읽었다. 가장 좋아하는 외국인 작가라고도 할 수 있으나 중간 중간의 지루한 고비는 읽을 때 마다 넘기기 어렵긴하다. 그리고 온전히 이해하기 힘든 유머도 읽는데 종종 방해가 되곤 한다. 그럼에도 이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따뜻하기 때문이다. 개성이 너무 강해 얄미운 캐릭터도, 어찌보면 민폐인 것 같은 캐릭터도 이 작가는 사랑스럽게 그려내는 재주가 있다.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도 너무 좋다. 겉으로 보기에 사이가 좋은 가족도, 서먹해 보이는 가족도 결국은 서로를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소설을 통해 늘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신작이 나올 때 마다 챙겨보게 되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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