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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도서 리뷰] 아버지의 해방일지, 울고 웃는 소설, 유시민 추천

by 단호한 단호박 2023.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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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버지의 해방일지 줄거리

빨치산이었던 아버지, 어머니로 인해 한평생 빨치산의 딸로 살아온 주인공이다. 금기어로 취급되던 '빨갱이'의 딸로 살아온 주인공은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생각해보지 못한 일들이 이어진다.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혁명가였던 아버지와 어울리지 않게도 전봇대에 부딪힌 후 깨어나지 못하는 허무한 결말이었다. 급하게 치뤄진 아버지의 장례에서 딸임에도 몰랐던 진짜 아버지를 하나하나 마주하게 된다. 혁명의 동지부터, 아버지의 담배 친구였다던 십대 소녀, 정반대의 사상을 가졌지만 아버지의 제일 친한 친구였던 박선생, 아들보다 더 아들같은 혁수 등 외동딸이므로 조문객이 많지 않아 썰렁할 것으로 예상했던 장례식장이 아버지의 친구들로 인해 북적북적하다. 

아버지를 원수처럼 욕하고 원망했던 작은 아버지,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했다. 아버지의 부고를 알린 전화에서도 별다른 대답없이 끊은 작은 아버지는 어떤 상처가 있었던 건지, 책의 중반부를 넘어가면 그 이유가 밝혀진다. 어린 시절 작은 아버지는 면당위원장인 형이 그렇게나 자랑스러웠나보다. '고상욱'을 찾는 군인에게 우리 형이라며, 당당하게 대답한 작은 아버지로 인해 온 마을이 불타고, 할아버지가 군인에 의해 죽게된다. 죽은 할아버지 옆에서 정신을 잃은 채 발견된 작은 아버지는 그 이후로 아버지를 우리 집안을 말아먹은 원수처럼 대하는데, 그 속에 숨겨진 죄책감과 미안함을 알았던지, 본인을 욕하는 작은아버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아버지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조문객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들이었는데, 그 가운데 노란 머리를 한 십대 소녀가 찾아온다. 아버지와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물으니 담배 친구라고 대답한다. 학교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아버지에게 딱밤을 맞고, 적어도 교복은 벗고 피우라는 아버지의 말에 교복을 벗는 대신 아예 학교를 때려치웠다는 소녀이다. 아버지는 그런 소녀를 설득해 검정고시를 치게 만들고, 미용을 꿈꾸게 만들었나보다. 딸도 아닌 손녀 정도의 나이차이가 있음에도 둘은 친구로서 꽤 돈독한 사이였는지, 소녀는 검정고시 시험을 보면 소주를 사주기로 했다며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훔친다. 

 

2. 소설 속의 아버지와 딸의 관계

책의 초반부,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는 딸 '아리'는 슬프기보단 담담해보인다. 아버지와 썩 친해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장례식을 치르면서 아버지를 아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고, 진짜 아버지의 모습을 찾아간다. 결국은 어렸을 때 엄마보다도 더 좋다던, 세상에서 제일 좋다던 아버지를 떠올리게 되고 빨갱이 고상욱이 아닌 자신을 사랑해주고 아꼈던 아빠 고상욱을 기억해낸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가족이 많이 떠올랐다. 가족이지만 내 가족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는데, 답은 '아니다'인 것 같다. 집에서 편한 모습으로 마주하지만 집 밖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지인이 보는 내 가족은 어떤 사람일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정지아' 작가의 수식어는 '리얼리스트'이다. 작가가 32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이 바로 <아버지의 해방일지>라고 한다. 리얼리스트의 소설답게 굉장히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다. 우선 극중 인물들의 사투리부터가 그랬는데, 글자를 읽고 이게 무슨 말이지? 싶은 대사들이 꽤 있었다. 그럴 때 그 말을 실제로 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감이 잡혀 신기해하면서 읽었다.  

또 그 시대의 상황을 조금 더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었는데, 연좌제로 인해 앞길이 막힌다던지, 빨갱이 사돈을 둘 수 없다며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들, 빨갱이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을 주인공, 그리고 수많은 고문을 견디고 동료들의 죽음을 눈 앞에서 본 아버지. 조금은 이해한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정말 어렴풋이 그때 상황을 상상하고 그려볼 뿐이다. 불과 몇 십년 전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일이지만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참 많이도 벌어졌나보다. 

유시민 작가가 이 책을 일고 울다가 욹다가 기차에서 읽느라 힘들었다고 한다. 나도 이 책을 지하철, 카페에서 읽었는데, 눈시울이 붉어져 가리며 읽느라 혼났다. 또 웃음이 나올만큼 재미있기도 했다. 

재미있는 책을 찾는 사람, 의미있는 책을 찾는 사람, 우리나라의 아픈 과거를 알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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