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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감성적이면서 무서운 이야기, <칵테일, 러브, 좀비>

by 단호한 단호박 2023.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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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칵테일, 러브, 좀비>의 줄거리

조예은 작가의 단편 모음집으로 총 4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얇고, 가볍고, 작은 책이라 휴대하기 편해 지하철에서도 읽기 좋은 책이었다. 왠지 집에서 혼자 읽기에는 조금 무서운 내용들이라 사람 많은 카페나 지하철 등에서 대낮에 읽는 것을 추천한다. 대놓고 무섭다기 보다는 묘하게 섬뜩하거나 서늘한 느낌이 들었던 책이다. 

첫 번째 단편 <초대>는 가스라이팅과 관련된 내용이다. 여주인공은 어렸을 때 회를 억지로 먹은 뒤부터 목에 가시가 걸린 듯한 느낌을 받는데, 여러 해석을 찾아보니 이 가시가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고통을 의미한다고 한다.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목에 걸린 가시를 빼려고 시도했지만 의사들은 모두 목에 가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족들도, 친구들도 내 목에 가시가 있다는 걸 믿지 않지만 나는 목에 걸린 가시의 이물감과 고통을 분명히 느끼는데, 외적인 상처로 인한 고통 뿐 아니라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나타낸다고도 한다. 여주인공에게는 꽤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있는데, 이 남자는 알게 모르게 나에게 가스라이팅을 해왔다. "넌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아서 그런 옷은 안 어울려", "나니까 널 위해 이런 말을 해주는 거야" 등 가스라이팅의 전형적인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는 인물이다. 여주인공은 어느순간 남자친구의 말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결국은 자신의 손으로 끝을 내게 된다. 

두 번째 작품 <습지의 사랑>에선 '물'로 표현되는 물귀신이 주인공이다.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지 못하고 살아 생전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물'에게 어느 날 '숲'이라 표현되는 아이가 나타난다. 아마도 숲에서 죽은 여학생인 것 같다. 둘은 서로의 세계인 물과 숲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인간들의 재개발로 인해 본인들의 세계가 파괴될 처지에 놓인다. 

세 번째 작품 <칵테일, 러브, 좀비>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버지를 두고 고민하는 엄마와 딸이 주인공이다. 좀비가 된 아버지를 정부측에 넘기면 시신도 수습하지 못할 것이고, 그렇다고 집에 계속 가둬둘 수는 없는 상황에서 갈등하는 둘의 모습이 그려진다. 

네 번째 작품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두 개의 시점이 교차되며 펼쳐지는데, 중후반부에 나름의 반전이 있어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에게서 어머니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남자, 그리고 스토커로부터 남자친구를 지키고자 하는 여자. 각자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세 번의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된다느 조금은 허탈한 결말으로 이야기는 끝맺게 된다. 

 

2. 이 작품의 특징

이 책은 2023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구매한 책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미리보기로 <초대>를 짧게 읽었는데, 무척 흥미로워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던 책이다. 도서전에서 이 책을 실물로 보고 바로 구매하게 되었다. 책의 표지부터 강렬한 느낌인데, 칵테일잔 안에 칼에 찔린 하트가 담겨있고, 뱀이 그 잔을 감아 올라가는 모양새이다. 옆엔 피를 흘리고 있는 손이 놓여있다. 책의 제목인 '칵테일, 러브, 좀비'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보다 마지막에 수록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가 가장 재미있었다. 각각의 내용이 여름에 어울리는 조금은 무섭고, 섬뜩한 내용인데, 또 단순히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각해 볼 점들이 여럿 있어서 좋았다. 최근에 많은 관심을 받았던 '가스라이팅' 범죄부터, 가정폭력, 스토킹, 재개발 등 다양한 범죄의 형상도 볼 수 있고, 그 피해자의 고통이 사실적으로 표현된 것 같다. 현실적인 범죄, 피해부터 비현실적인 귀신, 환생, 타임슬립 등이 섞여 각각의 이야기들이 완성도 높게 표현된 것 같다. 

조예은 작가의 또 다른 대표작 <트로피컬 나이트>가 궁금해지는데, 한여름 밤의 젤리소다맛 괴담집이라고 한다. 무서운 이야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도전하지 않았던 책인데, 괴담집과는 어울리지 않게 부드럽고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마음으로 쓰인 괴담집이라니 굉장히 흥미가 생긴다. 조금 더 날씨가 더워지면,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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