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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20세기 여자들을 위한 소설, 시선으로부터,

by 단호한 단호박 2023.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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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선으로부터, 줄거리 

심시선이라는 인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선은 자신의 자식들에게 본인이 죽고 나서 제사를 지내지 말라고 당부한다. 자식들은 어머니의 유언을 지켜 제사를 지내지 않아왔지만, 첫째 딸은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난 어머니의 기일엔 다같이 하와이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가족들이 총출동해 하와이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각자 제사상에 올릴 물건 혹은 추억, 경험을 위해 각자의 여행을 시작한다. 심시선은 한국전쟁 이후를 살아낸 여성이다. 두 번의 결혼을 거쳐 여러 명의 자식을 두고, 당시의 여성상과는 맞지 않는 시대를 개척하고, 반항적이며 개성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한국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시선은 친척을 따라 하와이로 이주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유명 화가를 따라 독일로 가게 되지만, 믿었던 남자에게 폭력을 당하게 된다. 이후 요제프 리라는 새로운 남자를 만나 우정과 사랑을 나누다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첫 번째 남자는 마치 시선에게 배신을 당한 것처럼 유서를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곳의 시선이 견디기 어려웠던 심시선은 요제프 리와 한국으로 되돌아 오게 되고 여러 권의 책을 쓰기 시작한다. 

시선이 살아온 이야기와 가족들이 하와이에서 시선을 생각하며 여러 경험을 하는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서술된다. 시선의 일기, 인터뷰를 통해 그녀가 살아온 이야기와 그녀의 거침 없는 생각 등을 알 수 있다. 

가족들은 각자 하와이에서 경험하고, 서로에게 공유해주고 싶은 물건과 경험을 가지고 모이게 된다. 첫째 딸 이명혜는 훌라춤을 배워와 선보이고, 다른 가족은 맛있게 먹은 팬케이크, 도넛, 서핑을 해냈을 때 담아 온 거품, 새 깃털 등 다양한 경험들을 가지고 심시선을 기리는 시간을 갖는다. 

심시선이라는 인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어머니상은 아니다. 요리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집안일에 열심히인 것도 아니고, 여자에게 조신함을, 남자에게 용감함을 바라지도 않는다. 이러한 어머니를 둔 덕분에 여러 명의 자녀들 역시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2. 감상평 

우선 재미있었다. 책의 제목만 봤을 때 어떤 시선을 의미하는 것일까 궁금했었는데, '눈의 방향'을 의미하는 '시선'과 등장인물 '심시선'의 '시선'이 중의적으로 표현된 것 같다. 평탄하지만은 않은 삶을 살아온 '시선'으로부터 배운 지혜와 경험을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시선의 자녀, 그리고 그 자녀의 배우자, 자녀와 배우자 사이의 자식들까지 총 삼대가 소설에 등장한다. 여러 인물의 이름이 나오기 때문에 헷갈릴 수 있는데, 책에 가계도가 수록되어 있어 참고하면서 읽으면 조금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소설의 시작부분의 설정이 재미있었다. 하와이에서 제사를 지내기 위해 각자 물건 또는 경험을 가져오라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또 손자, 손녀들의 시선에서 할머니를 추억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시선의 자녀보다는 조금 더 객관적으로 할머니 '시선'을 살필 수 있는 캐릭터들이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시선'의 제사를 준비하는 모습에서 '시선'을 추억하고 기리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만약 먼 훗날 가족 혹은 지인의 제사를 지내게 된다면, 틀에 박힌 모습이 아닌 이 소설에서처럼 그 당사자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경험 혹은 물건을 준비해서 지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3. 정세랑 작가에 대해 

<보건교사 안은영>이라는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진 작가이다. 젊은 작가인 만큼 소재가 신선하고 통통 튀는 매력이 있는 소설을 출간하였다. 드라마로 방영되어 크게 관심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설로 보았을 때 더욱 재미있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젤리같은 이미지들을 상상하며 읽을 수 있어서 더욱 다이나믹하게 느껴졌다. <보건교사 안은영>을 시작으로 피프티 피플, 시선으로부터까지 세 작품을 읽었다. 모두 재미있게 읽었고 진부한 설정 없이 신선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이야기하는 장면도 보았었는데, 주인공의 이름은 주로 지인의 이름을 사용한다고 한다. 나에게도 작가인 친구가 있었으면, 내 이름을 사용해준다면 너무나 영광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 이름이 주인공인 소설을 읽으면 참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우연히라도 그런 작품이 나오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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