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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51명이 모두 주인공인 소설, 피프티 피플

by 단호한 단호박 2023.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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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표지
주인공들의 이름이 적힌 표지, 피프티 피플

1. 피프티 피플 줄거리 

사실 줄거리라고 할 만한 이야기가 없을 만큼 각각의 이야기는 매우 짧은 편이다. 목차는 각 인물의 이름 51개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등장하는 인물은 송수정이다.

주인공 송수정, 그리고 그녀의 엄마가 병원에서 의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시작이다. 모녀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교수 뒤에 서있던 젊은 의사가 눈물을 글썽인다. 송수정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어머니의 병으로 인해 결혼을 앞당겨야 되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그렇게 앞당긴 결혼식 날,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하객을 맞이하는 엄마를 바라보는 송수정, 한복이 예쁘다는 칭찬에 사락 소리를 내며 한바퀴 돌아보이는 엄마를 보며 송수정은 눈물 짓는다.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하객맞이를 하는 엄마, 근사한 장례식이 되어버린 결혼식이라고 송수정은 생각한다. 

그리고 병원에서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1년차 이기윤, 응급실로 실려오는 다양한 환자들을 만난다. 하루는 56번 칼에 찔린 사람, 또 하루는 목이 잘린 여자, 귓 속에 벌이 들아간 남자 등 다양한 환자를 끊임없이 받으며 살릴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오길 바라는 인물이다. 

그리고 정형외과의 권혜정, 한 정형외과 교수의 추천으로 폴댄스를 시작하게 된다. 처음엔 살이 쓸리고 멍이 들어 힘들었지만 끈기 있게 배운 덕분에 꽤 여러 동작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연말에 찾게 된 클럽에서 흥이 올라 폴대스를 선보이게 되는데, 그 때 촬영된 동영상으로 뜻하지 않게 유명인물이 되고 만다. 병원에서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지자 혜정을 은근히 질책하게 되는데, 결국 정형외과에서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기게 된다. 

조양선, 어린 나이에 임신을 했고, 그 남자와 결혼했지만 곧 여러 문제들로 이혼하게 된다. 어린 딸을 홀로 키우며 몸과 마음이 성한 날이 없다. 어느 날 딸 승희와 함께 집안에 있을 때, 배달음식이 온 것이라 생각하고 딸 승희가 현관문을 연다. 그런데 승희를 밀며 들어온 사람은 승희가 그동안 만나던 유부남 남자친구였고, 헤어지자는 승희의 말에 화가 나 집 안에 있던 칼로 승희를 살해한다. 양선은 흉기로 사용된 칼을 진작에 버렸어여 한다며 후회한다. 

 

2. 감상평 

각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주 빠르게 이어진다.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인 듯 싶지만 서로와 서로가 이어지게 된다. 조양선의 딸, 승희가 남자친구로부터 습격을 당하고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이기윤에게 닿는 이런 식이다. 장편소설이라기엔 각각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의 모음이 아닌가 했는데, 끝까지 읽고 나면 장편소설이 맞는 듯 하다. 그런데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 게 아니라 마인드맵처럼, 개미굴 처럼 서로가 얽히고 설켜있는 그런 느낌이다. 그동안 읽었던 장편소설과는 구조가 달라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중간중간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했으나 각각의 인물들이 본인의 인생에서 주인공이고, 여러 사람의 인생을 현실감 있게 느껴볼 수 있어서 굉장히 새로웠다. 병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펴지기 때문에 의사, 환자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따라서 안타까운 이야기, 슬픈 이야기도 많았는데 첫 번째 인물인 송수정의 이야기부터 가슴이 아팠다. 살 날이 많이 남지 않은 어머니를 위해 결혼 날짜를 앞당기고, 하객을 맞이하는 엄마를 지켜보는 마음이 어떠할지. 만약 나라면 결혼식 시작도 전에 눈물바다를 만들어 버릴 것 같다. 

이 책은 400쪽 가까이 되는 분량으로 꽤 두툼하다. 처음엔 단편소설같이 느껴져서 여러 번 끊어 읽었는데, 끊지 않고 쭉 읽는 것이 각 인물들의 연결점이 잘 느껴져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3. 정세랑 작가 

지난 게시글에서도 말했듯 정세랑 작가의 소설은 굉장히 새롭게 느껴진다. 신선한 소재와 독특한 구조, 뻔하지 않은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은 모두 재미있게 읽은 덕분에 소설이 아닌 에세이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를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 또 '아라의 소설'이라는 작품도 읽고 있는데 아직까진 크게 흥미를 느끼진 못했지만 정세랑 작가에 대한 믿음으로 꾸준히 읽어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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