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완전한 행복의 줄거리
《완전한 행복》은 버스도 다니지 않는 버려진 시골집에서 늪에 사는 오리들을 먹이기 위해 오리 먹이를 만드는 한 여자의 뒷모습에서 시작된다. 그녀와 딸, 그리고 그 집을 찾은 한 남자의 얼굴을 비춘다. 얼굴을 맞대고 웃고 있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서로 다른 행복은 서서히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이 기묘한 불협화음은 늪에서 들려오는 괴기한 오리 소리와 공명하며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들은 각자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노력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처럼, 그림자는 점점 더 깊은 어둠으로 가족을 이끈다.
2. 이 소설의 특징과 자주 쓰이는 단어의 의미
오리, 굴라쉬, 늪. 완전한 행복을 읽는 도중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그만큼 이 소설에서 중요한 키워드인데, 어느 순간부터 이 키워드 자체가 섬뜩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귀엽게만 보이던 오리가 낯설게 느껴지고, 처음 들어보는 낯선 음식인 굴라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음식인지도 모르지만 상상되는 비주얼이 마치 마녀가 먹는 음식같이, 부글부글 끓는 회색 빛의 스프가 연상된다. (실제로 찾아본 굴라쉬는 굉장히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스프였다). 언뜻 보기엔 그저 평화로워 보이는 시골집의 여자와 그녀의 딸, 오리의 먹이를 만들고 주는 모습이 알면 알수록 소름이 돋는다.
소설의 주인공인 '유나'와 유나의 전남편과 딸, 유나의 여동생. 완전한 행복을 꿈꾸는 유나와 그녀를 막으려는 가족들의 노력이, 사투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어찌보면 범인이 누구인지, 앞으로 전개가 어떻게 될지 대충은 짐작이 가는데, 짐작하면서도 이 소설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주인공인 유나는 심각한 나르시스트로 본인이 꿈꾸는 '행복'을 위해서 살인과 어떠한 악행도 서슴치 않는 인물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숨막히는 그녀의 행동에 저절로 그 주위의 남편, 딸, 동생에게 감정 이입이 되는데, 이러한 인물이 실제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은 그 여운이 가시지 않는 책이다.
3. 인간의 악을 보여주는 작품들
7년의 밤 - 28 - 종의 기원으로 이어지는 악의 3부작은 정유정 작가의 대표작으로 불린다. 물론 그 이후에 '진이, 지니' 또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래도 악의 3부작으로 불리는 이 책들이야 말로 정유정 작가의 매력을 한껏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가진 '악'을 가감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때론, 읽기 힘든 순간 마저 있지만 그래도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책들이다. 완전한 행복은 악의 3부작 이후, 정유정 작가가 선보인 또 다른 '악' 에 관한 내용으로 더없이 반가운 신간 소식이었다.
4. 정유정 작가의 다른 작품들
지금은 믿고 보는 정유정,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지만 시작이 쉽진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의 반대로 간호대학에 진학해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살던 중, 40대가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소설가가 되었다고 한다. 대학교 시절 한 교수님께 "문장을 잘 쓰는 학생은 있어도, 이야기를 잘 쓰는 학생은 처음이다" 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이 말은 오랜 세월 자신을 믿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6년간 11번의 공모전에서 떨어지기도 했지만 정유정 작가는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 결과 믿고 보는 정유정이라는 타이틀까지 달게 되었다. 정유정 작가의 책을 너무도 좋아하는 나는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고 소설가로서 능력을 발휘해준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정유정 작가가 추천해준 니클의 소년들(콜슨 화이트헤드)은 흑인의 인종차별을 다룬 소설로, 무서운 속도감과 그 마지막의 반전이 매력적인 소설이라고 한다. 또 다시 그녀의 신작 이야기가 들릴 때까지 꼭 읽어봐야 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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