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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따뜻한 SF소설,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

by 단호한 단호박 2023.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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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을 읽고

1. 천 개의 파랑 줄거리 

휴머노이드 기수인 콜리는 경주마 '투데이'와 호흡을 맞춰 달리는 중에 낙마하게 된다. 인간보다 작고 가볍게, 오로지 경마를 위해서 만들어진 휴머노이드 콜리는 달리는 말 위에서 떨어지면 본인의 몸이 산산조각 날 것 임을 알면서도 더 이상 달리기 힘든 자신의 파트너 투데이를 위해 낙마를 결심한 것이다.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3초, 그 순간 파란 하늘을 보던 콜리의 몸은 산산조각 난다. 휴머노이드 콜리는 사실 경마용으로 만들어졌어야 했으나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로 인해 학습용 휴머노이드 칩이 삽입된 휴머노이드이다. 이러한 이유로 자신의 파트너인 경주마 '투데이'를 위한 선택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콜리는 폐기 처분되어야 했으나 콜리에게 연민 혹은 안타까움의 감정을 느낀 여학생 연재에 의해 연재의 집으로 오게 된다. 연재는 콜리의 하반신을 고쳐주게 된다. 또 관절이 닳아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된 경주마 투데이는 안락사의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연재와 소마바지로 인항 장애를 가지고 있는 연재의 언니 은혜, 그리고 이 둘의 엄마 보경 등 투데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결국 마지막 경주의 기회를 얻은 콜리와 투데이, 투데이는 예전처럼 빠르게 뛸 수 없어 많은 관중들로부투 야유를 받게 되는데, 본인의 무게로 더 힘들어하는 투데이를 위해 콜리는 또 한 번 낙마를 선택하게 된다. 관절이 닳고도 달렸던 투데이의 사정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고 청원을 통해 투데이는 제주도의 푸른 초원에서, 푸른 하늘을 보며 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달리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투데이', 이런 투데이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콜리, 이 둘을 위해 애써준 연재와 가족들, 안락사 위기에 처한 투데이를 알게 되고 막기 위해 청원을 해준 시민들, 삭막한 현실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은 사람들, 휴머노이드 덕분에 따뜻해졌던 책이다. 

 

2. 독서 후 리뷰 

실수로 잘못 만들어진 경마용 휴머노이드 콜리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학습하고자 하는 욕구도 있었고, 경주마 투데이를 위하는 마음도 있었다. 반대로 인간은 잔인한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경주마 투데이가 달릴 수 없게 되자 안락사를 결정하는 모습과, 콜리를 폐기하려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었다. 오래전 남편을 잃고 두 딸을 키우며 삭막하게 살아온 보경도 휴머노이드 콜리에게는 마음을 열고, 상처를 치료하려는 마음을 볼 수 있었는데, 휴머노이드임에도 인간을 위로할 줄 알고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는 콜리 덕분에 나까지도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다. 

책에서 '행복'은 만병통치약이라고 설명한다. 행복한 순간만이 유일하게 그리움을 이긴다고도 한다. 요즘 행복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얼마 전 읽은 심리학자 김경일의 마음의 지혜라는 책에서도 행복이란 단어를 여러 번 강조한 것이 생각났다. 우리는 행복이라고 하면 엄청 거창한 것을 먼저 떠올리는데, 행복은 아주 사소한 것이고, 자주 느껴야 한다고 한다. 100점 짜리 행복을 한 번 느끼는 것보다 10점짜리 행복을 10번 느끼는 것이 더 좋다는 말을 자주 되뇌곤 한다. 다시 한번 나의 행복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는데 요즘 가장 행복한 순간은 고민 없이 텅 빈 집에서 한가로운 휴일을 보낼 때인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민 없이'인데, 해야 할 고민이 산더미이지만 가끔씩은 그냥 내려놓고 쉬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게 느껴진다. 

 

3. 천선란 작가에 대해 

천 개의 파랑은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수상작이다. SF분야의 문학상으로 천선란, 김초엽 등의 작가들이 상을 받았다고 한다. 천 개의 파랑은 SF장르 공모전을 앞두고 쓰던 소설을 모두 버리고, 정말 나 다운 소설을 쓰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3주만에 완성시킨 소설이라고 한다. 빠르게 완성시킨 작품이지만 작가의 생각과 인류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잘 느껴 저 수상까지 하게 된 것 같다. 이번 작품 이후로는 기후 위기와 관련된 작품을 쓰고 싶다고 하는데, 그 작품도 기대가 된다. 온라인 서점에서 우연히 보게 된 작가님의 인터뷰를 통해 작가님의 생각과 앞으로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는데, 소외된 사람들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말이 와닿았다. 경사로가 없다는 이유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가게들이 많다는 말에 특히나 공감을 했는데,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면서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겪는 어려움을 자주 보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SF 장르는 낯설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천 개의 파랑, 그리고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등을 통해 점점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여러 좋은 작품이 많이 출간되어 더 널리 사랑받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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