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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박완서 에세이,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by 단호한 단호박 2023.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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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읽고

1.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내용

2021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로 작가가 남긴 660여 편의 에세이 중 35편을 선정하여 실은 책이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엄마의 말뚝>, <그 남자네 집> 등 숱한 작품을 남긴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된 후 출간된 에세이집이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이다. 

작가의 에세이에 엄청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소설이 아니다 보니 흥미진진한 스토리도 아니지만 작가가 살아온 인생, 소소한 일상에서 느낀 감정들, 웃고 울던 과거의 일화들을 덤덤하게 따뜻하게 전하고 있다. 

기억의 남는 이야기들을 몇 개를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하루는 산에서 열쇠를 잃어버렸다. 이 사실을 집에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지만 다행히 현관문은 잠그지 않고 대문만 잠그고 나간 탓에 집으로 들어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열쇠 없이 다닐 수는 없기에 산으로 다시 돌아가며 살펴보았지만 열쇠는 찾지 못했다. 며칠간 산을 다니면서 발밑만 보고 다녔지만 열쇠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다시 한눈을 팔 수 있게 되었을 때, 눈높이의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열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고독이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지하철에서 아이를 데리고 탄 임신부에게 자리를 양보한 뚱뚱한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이다. 눈 앞에서 따뜻한 광경을 목격한 후 작가는 그 뚱뚱한 남자를 미워하고 오해했던 게 풀려서 즐겁다고 이야기한다. 뚱뚱하게 보였던 그 남자는 다시 보니 듬직하고도 근사해 보였다고도 한다. 이 세상 사람들이 본인보다 착해 보이는 그런 날, 그런 날은 살맛이 난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2. 독서 후 느낀 점 

이 책에서 특히 주위 사람들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그 따뜻함에 더욱 감사해 하고,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그 따뜻함을 온전히 전해주는 작가님의 덤덤한 느낌이 좋았다. 위에서 얘기한 열쇠를 눈높이 나뭇가지에 걸어 놓아 주인이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이웃, 무뚝뚝해 보이지만 자리를 양보해 주는 따뜻한 행인, 엄마에게 드리고파 샀다면서 꽃을 엄마 방에 꽂아 놓는 딸 등 영화에서 보던 히어로는 아니지만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살아갈 힘을 주는 이웃이 많은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따뜻함과 행복 뿐만이 아니라 슬픔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작가는 아들을 먼저 잃은 슬픔을 가지고 있었는데, 감히 그 마음을 이해한다고도 표현할 수 없을 테지만 그 마음을 에세이로 남기기까지 힘겨웠을 그 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아들을 잃고 따라 죽겠다는 마음마저 들었을 때, 아무것도 먹지 못해 기력이 없는 그때에도 곧 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생각했다던 작가. 그러나 곧 작가님의 방식대로 삶을 되찾고 조금씩 행복을 되찾아가기를 바라면서 읽기도 했다. 

 

3. 박완서 작가에 대해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작가 '박완서'는 유명한 작품을 많이 남겼지만 사실 그 작품들을 이름만 들어봤지 실제로 읽어본 적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소설을 읽기도 전에 에세이를 먼저 읽게 되었는데, 이렇게 삶을 따뜻하게 바라보았던 작가의 소설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미리 구매해두었는데, 아직까지 펼쳐보지 못한 게 조금 부끄럽다. 뒤늦게 찾아본 작가의 생애는 내가 생각할 수도 없이 어려웠고, 고난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고, 전쟁을 겪었으며, 오빠마저 잃게 되고 심각한 가난도 겪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회적인 고난과 아픔에 대해서도 많은 작품을 남겼고,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을 비롯한 여러 문학상에서도 수상하며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가 되었다.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울고 웃고 작가가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참 좋았다. 위로도 많이 받아서 읽는 동안 참 따뜻했던 책이다. 20대와 30대의 경계에 있는 나에게도, 인생을 어느 정도 겪어본 40대 이상에게도, 또 자식들을 다 키운 50대 이상의 분들에게도 꼭 한 번 읽어보시라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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